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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인조 14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남한산성'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이 첨예하게 논쟁한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같으나 이를 지키고자 했던 신념이 달랐던 두 신하의 신경전이 어떤 액션보다 더 큰 긴장감을 자아낸다.

영화 '남한산성'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 시대 당시의 무기(환도, 신기전, 화차, 비격진천뢰 등)와 방어 체계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공성무기의 제작, 사용법엔 수학적 원리가 사용되었음에 주목해 볼 수 있다.

성종 때 발간한 '국조오례서례'의 부록인 '병기도설'의 기록을 보면 화약을 채운 약통 아래에 분사 구멍을 뚫어 화약이 탈 때 내뿜는 가스의 힘으로 날아가게 만든 신기전은 제작 노하우가 釐(리) 단위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도량형으로 따진다면 mm 단위까지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한 것이다. 또한 대신기전, 산화신기전, 중신기전, 소신기전 등 전장에서의 용도에 따라 무게와 비거리가 다양한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공성무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거리 즉 '얼마나 멀리까지 나갈 수 있느냐'이다. 포탄이나 화살이 가장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크게는 화력을 조절하거나 각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 당시 낼 수 있는 화력에 한계가 있고 화력을 높이는 데는 그만큼의 화약과 인력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각도를 잘 계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화살이나 포탄이 날아갈 때는 '포물선 운동'을 하게 된다. 포물선은 수능 수학의 기하와 벡터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는 개념인데, 일정한 크기와 방향을 가지는 힘이 작용하는 공간에서 물체가 힘의 방향과 일정 각도를 이루어 던져졌을 때 그 이동 경로가 포물선을 그리게 된다. 물체가 던져질 때 지면과 이루는 각도에 따라, 다시 지면에 떨어졌을 때 x 축 방향으로 물체가 도달하는 거리의 값이 달라짐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화살이나 포탄이 낙하하는 지점은, 대포의 포신이 지면과 이루는 각도나 화살을 쏠 때 화살이 날아가는 초기 각도를 조절해서 제어할 수 있다.

만약 물체를 발사할 때 너무 낮은 각도로 발사하면 물체가 빨리 떨어져 멀리 못나가고, 너무 높은 각도로 발사하면 위로 올라가는데 운동에너지를 다 소모해 물체가 멀리 못나가게 된다. 결론적으로 물체를 발사할 때 가장 멀리 나가는 각도는 45도이다. 공기 저항을 고려하였을 경우에도 각 각도마다 수평 성분 및 수직 성분에 영향을 주는 힘의 벡터량이 동일한데, 수평 방향의 운동 성분만을 고려하게 된다면 0도로 날리는 것이 가장 멀리 나가겠지만 3차원 운동에서는 수직 방향 성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해 수학인강 스타강사 세븐에듀 차길영 대표는 "물체의 수평 도달 거리를 R을 구하는 과정은 삼각함수의 배각공식을 활용해서 도출할 수 있다"며 "9월 모의고사에서도 사용된 공식으로 미적분 에서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R은 물체의 속도의 제곱과 sin2θ(θ는 지면과 물체의 운동 방향사이의 각)의 곱을 중력가속도(g)로 나눈 값이다"라며 "여기서 물체의 속도가 같다는 가정 하에, 나머지는 변하지 않는 상수이고 변수는 θ이기 때문에 θ의 값에 따라 R 값이 결정된다. 때문에 각도는 sin함수의 그래프 y값이 가장 클 때인 45도에서 R 값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인류는 과거엔 짐승들과 같이 맨손으로 싸우다 도구를 사용한 이후로 생태계에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그 옛날에도 전쟁의 성패는 단순히 무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철저한 계산과 전술에 의해 결정됐다. 실제로 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무기와 지형 등을 이용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졌고 현대에는 더 이상 창과 칼을 이용한 무기가 아닌 원자, 핵에너지를 이용한 무기로 국가 간의 무력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수학은 인류와 함께 발전해 왔고 그 멸망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가 존속되는 한 수학도 끊임없이 그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25일 영화 '남한산성'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되었으며 영화를 미리 관람한 언론 관계자들은 "김훈 작가의 명문과 배우들의 열연, 묵직한 울림 모두를 담아낸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0월 3일 개봉.

http://m.emone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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