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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수씨가 지난달 개최된 '용산공원 1차 공론장'에서 용산기지의 역사적 기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구가 공개한 문건은 61쪽 분량으로 지난 1906년 일본군이 용산기지를 조성하기에 앞서 작성된 것이다. 일제가 용산 군용지를 수용하면서 조사한 가옥, 묘지, 전답 등의 구체적인 숫자가 담겨 있다.
문건은 군용지 수용을 둘러싸고 당시 한국에 있던 '한국주차군사령부'와 이토 히로부미의 '통감부', 일본 육군성 사이에서 오간 여러 대화를 담아내 이목을 끈다.
문건 말미에는 약 300만평에 이르는 용산군용지 면적과 경계선이 표시된 '한국용산군용수용지명세도(韓國龍山軍用收容地明細圖)'가 9쪽에 걸쳐 실려 있다.
둔지미 마을은 조선 후기 둔지방(屯芝坊)의 일부였다. 당시 용산은 원효로 일대 용산방(龍山坊)과 후암·이태원·서빙고동 일대 둔지방 등으로 구분돼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둔지미 마을 사람들의 집단적인 저항으로 인해 당초 수용규모 약 300만평이 최종 약 118만평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일본 헌병에 체포되기도 했다.
명세도 한편에 기록된 '구역별 철거기한'에 따르면 1906년 6월부터 1907년 4월까지 둔지미 마을에 대한 강제철거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둔지미 신촌(新村)의 경우 비교적 규모가 큰 마을이었으나 1908년경 모두 강제이주를 당했다. 이후 해당 지역에 일본군사령관 관저가 들어섰으며 오늘날 인근에는 미8군 드래곤힐 호텔(DHL)이 자리해 있다.
명세도에는 후암동~서빙고동 사이 옛 길도 그려져 있다. 우리 선조들이 수백 년 동안 이용했던 역사와 흔적이 오롯이 배어 있는 길이다. 도성을 빠져나온 조선통신사도 이 길을 통과해 일본으로 향했다.
구는 이번 문건 발굴이 학계는 물론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컨대 후암동~서빙고동 사이 옛 길은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
아울러 구는 옛 둔지미 한인마을에 대한 기록을 통해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용산기지 조성 이전, 지역의 오랜 역사를 부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건 발굴의 주인공은 용산문화원에서 지역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천수(남·41)씨다. 김씨는 '아시아역사 자료센터'(jacar.go.jp)에서 수십만 건의 문서를 조회한 끝에 지난 2014년 해당 문건을 찾아냈다.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가 공개 설정해둔 문서였다.
이후 김씨는 문건을 상세히 분석, 지난달 용산구청에서 열린 '용산공원 제1차 공론장'에서 주민들에게 관련 내용을 최초로 공개했다.
김씨는 "용산기지가 단순히 외국군 주둔의 역사로 점철되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이곳은 기지가 들어서기 전부터 용산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한(恨)이 담긴 장소"라며 "기지를 조성할 때 파헤쳐진 무덤만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용산기지의 잊힌 역사를 접한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원 조성 과정에 지역의 역사를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는 구청 입장에 공감하는 모양새였다.
구는 이번 문건 발굴을 계기로 용산공원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한 연구를 보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구는 현재 '구술사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1월 중 '용산기지와 둔지미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가칭)' 책자를 발행한다.
한편 구는 민선6기 3주년을 기념해 오는 13일 성 구청장을 비롯, 구청 공무원 35명을 대상으로 미군부대 역사교훈여행(Dark Tour)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부대 사정으로 인해 사업이 연기됐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국가 주도로 용산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곳의 역사성과 장소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부족하다"며 "용산 원주민들의 흔적이 깊이 배어 있는 역사를 감안, 공원 조성 과정에서 구민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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